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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나눔

개미와 베짱이

무더운 여름, 오늘도 개미는 열심히 일을 합니다.

힘들지만 징징댈 틈도 없던 와중, 어떤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 소리는 모든 일개미들이 잠시 일을 내려 놓고 귀를 기울이게 하였습니다.

이는 노랫소리였고 너무나 아름답고 매혹적이였습니다.

그 노랫소리의 주인은 베짱이였고, 개미들은 바쁜 와중에도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홀리듯 노래에 심취했습니다.

모두의 귀를 사로잡았던 노래가 끝이나고 잠깐의 정적 뒤에 개미들의 박수 갈채가 이어졌습니다.

베짱이는 박수 갈채를 받으며 폴짝폴짝 어디론가 떠났습니다.

뜻밖의 노래에 사로잡혀 아무것도 하지 못하던 개미들은

베짱이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어지고 나서야 하나 둘 다시 일을 시작했습니다.

어느덧 해가 져물고 집으로 돌아온 일개미 1992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습니다.

저녁식사를 하면서도, 잠자리에 들어서도 그 노랫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입니다. 

"얘들아, 지금 들리는 노래 너무 좋지 않니?"

"무슨 노래? 아무것도 안 들리는데?"



이내 결국 잠을 설쳐버린 일개미 1992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힘겹게 일터로 나갔습니다.

일을 하다보니 잠이 달아나버린 일개미 1992는 

 

이유없이 솟아오르는 활력에 불안함을 느끼다가도

 

다시 일에 몰두하고 있었습니다.

"어! 그 베짱이가 또 왔네!?" 

"와 정말이네? 어제처럼 노래를 부르려나봐!"

그 말에 일개미들은 술렁이다 이내 조용해졌고

기다렸다는듯 베짱이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해가 져물고 해가 떴습니다. 

붉게 충혈된 눈을 반쯤 뜬 일개미 1992는 

지난 밤 무거웠던 눈꺼풀을 감으며 다짐했던 결심을 실천하기 위해 관리자 일개미에게 찾아갔습니다. 

"관리자 개미님 오늘 몸이 너무 아파서 오늘 하루 일을 쉬려고 하는데 가능할까요?"

"....알겠습니다 대신 오늘 일당은 받지 못하는데 괜찮나요?"

"............네 괜찮습니다"


분주한 일터,

"어!! 베짱이다!!! 다들 모여!!!!"

이 때를 기다렸던 개미들은 헐레벌떡 노래를 듣기 위해 베짱이의 앞에 모였습니다.

모두가 베짱이와 마주보며 노래를 들으려 할 때 일개미 1992는 베짱이의 뒷편으로 달려갔습니다.

베짱이의 노랫소리가 이내 멈추고 박수와 함성소리가 이어졌습니다.

폴짝....폴짝....

"워메 깜짝이야!!!"

풀밭을 뛰다가 개미와 부딪힐 뻔 했던 베짱이는 놀라 소리쳤습니다.

"미안해요 베짱이님 많이 놀라셨죠? 베짱이님과 만나고 싶어서 기다리고 었었어요"

"저를 왜요?"

"노래를 배우고 싶어요...베짱이님에게.."

베짱이는 그 말을 듣고 잠시 고민하더니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희미하게 띄운 채 답했습니다.

"알겠어요 대신 수업료로 식량을 매일 가져다 주세요"

개미는 망설임 없이 조건을 받아들였고 개미와 베짱이의 노래 수업이 시작 되었습니다.



"자, 호흡에 소리를 싣는 느낌으로 아~~~~한번 해보세요"

"쉬이이이익....."

처음이여서인지 개미의 소리는 형편없었습니다. 

그래도 베짱이는 열심히 하면 잘 할 수 있다며 격려해주었습니다.



베짱이의 노래 수업은 가을까지 이어졌습니다.

"자! 그동안 배운걸 기억하면서 아~에~이~오~우~"

"쉬이익...쉬이이이익....콜록콜록"

개미의 소리는 여전히 형편없었습니다.

"베짱이 선생님 저는 왜 노래가 늘지 않을까요?"

"원래 노래가 쉬운게 아니랍니다~ 열심히 하면 언젠간 늘거에요!! 아 참 오늘 식량은요?"

"아! 여깄어요!"

"고마워요 개미님 죄송하지만 내일 부터는 식량을 두배로 주셔야 할 것 같아요
이제 곧 겨울이라 식량을 비축해야 하거든요..대신 수업시간도 두배로 늘려드릴게요!"

"두배!!! 알겠어요 내일 부터 두배로 드릴게요!"

개미는 오늘도 노래가 늘지 않아 실망스러웠지만 내일 부터 두배로 노력한다면 어쩌면 될 것 같다는 기대감을 갖기로 했습니다.

"아 그리고 개미님! 겨울이 오면 너무 추워서 수업을 할 수 없을거에요 올 해 수업은 가을 까지만 하고 내년 봄에 다시 하도록 해요"

"네! 좋아요!"



어느 덧 매서운 추위와 배고픔의 계절, 겨울이 찾아왔습니다. 

"저기 미안하지만... 오늘 먹을 식량좀 나눠주면.. 안되겠니..?"

일개미 1992가 다른 동료 개미에게 간절히 부탁 했습니다.

"...? 너 오늘도 식량이 없니?"

"응....미안해 좀 부탁할게"

"자 여기....하지만 오늘까지만이야 자꾸 너에게 주다보면 우리 가족들이 먹을 식량도 부족하게 돼"

"정말 고마워 이 은혜 잊지 않을께.."

"근데 도대체 왜 식량이 부족한지 물어봐도 돼?"

"베짱이에게 노래 수업을 받고 있었어 대신 수업료로 식량을 주고 있었는데 갈 수록 수업료가 비싸지는 바람에 식량을 많이 저장해두지 못했어.."

그 사실을 들은 동료개미는 놀라며 되물었습니다.

"세상에..몰랐니? 개미는 노래를 할 수 없어!"

"뭐..?그게..정말이야?"

일개미 1992는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습니다.

"전에 여왕개미님 밑에서 일할 때 여왕개미님은 지난 여름부터 베짱이들 때문에 노래를 하고 싶어하는 개미들이 많아져서 마음 아파 하셨어
그 이유는 개미는 노래를 할 수 없기 때문이였데"

"정말이야? 베짱이 선생님은...열심히 하면 된다고..하셨는데....."

"그래? 하지만 나는 우리보다 훨씬 오래 살았고 많은 개미들을 낳고 돌본 여왕개미님의 말씀이 틀릴거라곤 생각되지 않아..."

일개미 1992는 눈물로 흐려져가는 동료를 바라보기만 할 뿐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언제 잠이 들었는지 어느 새 해가 밝고 일개미 1992도 눈을 떴습니다.

눈을 뜬 일개미 1992는 잠시 허공을 바라보더니 벌떡 일어나 급한 발걸음을 시작했습니다.

차갑게 얼어붙은 하얀 풀밭을 가로질러 도착한 곳은 베짱이의 집 앞이였습니다.

쿵!쿵!쿵! 

"베짱이님 문좀 열어보세요!!"

쿵!쿵!쿵!

쾅!! 쾅!! 쾅!!

"베짱이님!!!"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문 안에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 다음날도, 또 그 다음날에도 베짱이를 만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헛걸음만 반복 하던 어느 날, 

'어..? 갑자기 왜 다리에 힘이...'

털썩...

일개미 1992는 추위에 지쳐 하얀 풀밭 한가운데서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따듯하다....근데 여긴 어디지?'

"정신이 드셨나요?"

정신을 차린 일개미 1992를 상냥하게 바라봐주고 있던 건 여왕개미였습니다.

"사랑스러운 나의 일개미님 어쩌다가 그런 추운 풀밭에 쓰러져 계셨나요? 
용감한  병정개미가 정찰을 나갔다가 발견하지 않았다면 정말 큰일 날 뻔했답니다"

일개미 1992는 그동안 있었던 일을 여왕개미에게 말해주었습니다.

"참 많이 속상했겠어요 저의 마음도 아프답니다..

많은 개미들이 베짱이 처럼 노래를 하고 싶어한답니다 
어떤 개미들은 장수풍뎅이 처럼 힘이 세지고 싶어하고,
또 어떤 개미들은 나비 처럼 아름다운 날개짓을 하고 싶어하는데
우리 개미들은 그들 처럼 될 수 없답니다

그 것 때문에 슬플지라도, 모두 멋지고 대단한 개미들이란건 변함 없답니다
우리 일개미님이 열심히 지은 집, 열심히 모은 식량은 우리 모두를 따듯하고 배부른 겨울을 나게 해주었고
덕분에 새로 태어난 아기 개미들도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답니다

나는 그런 일개미님이 정말 자랑스럽답니다"

일개미1992는 여왕개미의 품에서 펑 펑 울었고,
여왕개미는 일개미1992를 아주 사랑스럽게 바라봐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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