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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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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와 베짱이 무더운 여름, 오늘도 개미는 열심히 일을 합니다. 힘들지만 징징댈 틈도 없던 와중, 어떤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 소리는 모든 일개미들이 잠시 일을 내려 놓고 귀를 기울이게 하였습니다. 이는 노랫소리였고 너무나 아름답고 매혹적이였습니다. 그 노랫소리의 주인은 베짱이였고, 개미들은 바쁜 와중에도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홀리듯 노래에 심취했습니다. 모두의 귀를 사로잡았던 노래가 끝이나고 잠깐의 정적 뒤에 개미들의 박수 갈채가 이어졌습니다. 베짱이는 박수 갈채를 받으며 폴짝폴짝 어디론가 떠났습니다. 뜻밖의 노래에 사로잡혀 아무것도 하지 못하던 개미들은 베짱이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어지고 나서야 하나 둘 다시 일을 시작했습니다. 어느덧 해가 져물고 집으로 돌아온 일개미 1992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습니..
출근길 처럼 오늘도 아침 8시 30분 2호선은 사람이 미어터진다. 기다리고 있는 내 위치를 보니 재수 없으면 이번 열차는 그냥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 열차가 도착하고 문이 열리면 지하철 안으로 구겨 들어가는 사람들을 따라가다 나도 구겨 넣어 본다. 분명 열차 문이 열렸을 때부터 사람이 가득했는데, 왜인지는 알 수 없지만 들어왔다. 그 안에서 숨 쉴 공간만 겨우 남겨진 채로 인내하는 시간을 보낸다. 안될 것 같아도 될 때가 있고 숨 막힐 듯 괴로워도 숨은 쉬어진다. 그러다 목적지에 도착하고 문이 열리면 내가 가야할 곳으로 가볍게 걸어갈 일만 남는다. 내일도 그러겠지 마치 오늘 처럼 그럴 거다 그럴 거야 내 인생도
아빠와의 저녁 피곤한 몸미어터지는 업무상사의 갈굼.. 힘든 하루에 대한 보상으로 맥주 한잔과 영화 한 편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고 싶었는데 아빠는 이런 내 맘을 모르는지 리모컨을 집어 들곤 낚시채널로 돌리셨다. 미안한 기색도 없이 뻔뻔하게 TV를 보며 껄껄 웃는 모습에 조금 화가 났다. 얄미운 아빠를 보다가 붉게 충혈된 아빠의 흰자를 보았다. 뭐가 그리도 재밌으신지 벌개진 눈을 감지도 않으시고 필사적으로 웃으셨다. 28살, 이제는 더 닮을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앞으로 닮아갈 아빠의 모습이 더 있었나 보다. 아빠는 그렇게 오늘 하루 중 유일할지도 모르는 웃는 시간을 보내다 고개만 떨군채 잠이 드셨다.